캠프 르젠 오염수 집단소송, 재외 한인 복무자가 놓치는 청구 기한과 권리
한국 커뮤니티에서 캠프 르젠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기한 지났잖아요.”
사실과 일부 다릅니다. 2022년 PACT Act의 일부로 제정된 캠프 르젠 정의법(Camp Lejeune Justice Act) 이 만든 2년 청구 창구는 2024년 8월 10일에 공식 종료됐습니다. 그러나 이미 청구를 제출한 수십만 건의 사안이 미국 법원에 계류 중이고, 일부 피해자 단체는 창구 연장 또는 구제 입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재외 한인 복무자 중 이 사안을 아직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먼저 현재 접수 가능 여부를 미국 측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글은 “이 소송이 어떤 구조이고, 재외 한인에게 어떤 쟁점이 있는가”를 정리한 것입니다. 법률 조언을 대신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개인 상황에 대해서는 반드시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오염의 실체 — TCE, 벤젠, 그리고 40년의 침묵
노스캐롤라이나주 캠프 르젠 기지는 1950년대부터 1987년까지 두 개 급수 시스템(타라와 테라스, 해드노 포인트)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TCE(트리클로로에틸렌) 는 건식세탁 용매 등으로 기지 주변에서 사용됐고, 지하수를 통해 상수도에 유입됐습니다. PCE(퍼클로로에틸렌) 도 같은 경로로 검출됐습니다. 벤젠과 염화비닐 역시 확인된 오염물질 목록에 포함됩니다.
오염 실태가 내부에서 인지된 시점과 외부에 공개된 시점 사이에 수십 년의 간격이 있었다는 점이 이 사안의 핵심 비극입니다. 그 기간 동안 기지 안에서 살고, 일하고, 아이를 낳았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에 노출됐는지 몰랐습니다.
법적 구조 — 2022년 이전과 이후
캠프 르젠 오염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소송 제기 자체가 막혀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 불법행위청구법(Federal Tort Claims Act)상 특정 주(노스캐롤라이나)의 소멸시효 관련 규정이 청구를 사실상 차단하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2022년 8월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PACT Act에 캠프 르젠 정의법이 포함되면서 이 장벽이 제거됐습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구 자격 요건 (공개된 법률 기준):
- 노출 기간: 1953년 8월 1일 ~ 1987년 12월 31일
- 노출 장소: 캠프 르젠 기지 내
- 노출 기간: 해당 기간 내 누적 30일 이상
- 자격자: 복무자, 그 가족, 민간 근로자
청구 절차 흐름:
- 미 해군 법무참모부(JAG)에 행정 청구 제출 (공식 창구: camplejeuneclaims.navy.mil)
- 해군이 6개월 내 결정을 내리지 않거나 거부하면 연방 소송 가능
- 연방 소송은 노스캐롤라이나 동부 연방지방법원(Eastern District of North Carolina)에서 진행
- 대규모 집단 사안으로 법원 내 통합 처리 절차(mass tort) 운영
인정 질환 목록 — “내 병이 여기 포함되는가”
캠프 르젠 정의법은 노출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으로 추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소송에서 각 원고가 인과관계를 개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통상 청구에서 문제되는 질환으로 거론되는 항목들(법률 및 관련 규정에서 열거되거나 소송에서 주장되는 조건들):
| 계통 | 주요 질환 |
|---|---|
| 암 | 방광암, 신장암, 간암, 비호지킨림프종,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폐암 등 |
| 신경계 | 파킨슨병 |
| 생식·발달 | 선천성 기형, 유산, 불임 |
| 기타 | 신경독성 장애, 비정형 유방암 등 |
이 목록은 소송 진행 중 변동될 수 있으며, 개별 청구에서 인정되는 범위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진단명이 포함되는지는 법무부(DOJ) 캠프 르젠 유닛 또는 미국 측 변호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재외 한인에게 특수한 쟁점 세 가지
이 소송에서 재외 한인 피해자들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미국 소송 안내에서는 다루지 않는 영역입니다.
1. 복무 기록 발굴의 어려움
한국계 미군 복무자라면 전역 기록(DD-214 등)을 이미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수십 년 전 복무 기록이 분실됐거나 한국에 귀국 후 폐기된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국립기록원(NARA)에서 군 기록 재발급을 신청할 수 있고, 온라인 신청 창구(archives.gov)가 운영됩니다. 당시 부대 배치 명령서, 동료 진술, 군인 신분증 관련 서류도 보완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2. 한미 조세조약과 배상금 세무 처리
미국에서 수령하는 불법행위 배상금은 원칙적으로 미국 연방세 비과세(IRC §104(a)(2))입니다. 그러나 한국 거주자라면 전 세계 소득에 대한 한국 과세권이 문제됩니다. 한미 조세조약상 이런 성격의 소득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소득의 성격과 수령 방식에 따라 해석이 갈릴 수 있습니다. 배상금 수령 전 반드시 한국 세무사 또는 국제 조세 전문가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
3. 한국 석면피해구제법과의 관계
만약 캠프 르젠 노출 외에도 국내 직업적 석면 노출 이력이 있는 분이라면, 한국의 산재보험 또는 석면피해구제법 청구와 미국 소송을 어떻게 조율할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두 제도의 적용 국가·지급 주체가 다르므로 단순 이중수령이 아닐 수 있으나, 각 제도 내부에서 배상금 공제 조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사안별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재외 한인 피해자 상담에서 가장 많이 간과되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미국에서 받으면 그냥 받는 것”으로 단순화하면 나중에 세무 리스크가 생깁니다.
한국의 유사 사례와 비교하는 이유
캠프 르젠 소송이 한국 독자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식 집단 불법행위 소송(mass tort)의 구조가 국내 제도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유사한 구조는 석면피해구제법입니다. 노출 경로가 불명확하거나 직업력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지정 질환 진단만으로 구제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사회보장성 제도입니다. 다만 정액 급여라는 특성상 피해 규모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이 지급됩니다.
캠프 르젠 소송은 이와 달리 개인별 손해 입증 구조를 기반으로 합니다. 집단소송이 아닌 ‘집단 불법행위(mass tort)’ 방식이라, 개별 원고마다 질환·노출 기간·손해 규모를 소명해야 합니다. 법원 주도의 통합 관리가 절차를 단순화하지만, 개별 원고의 증거 준비 부담은 남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소멸시효 처리 방식입니다. 한국 민법 제766조의 잠복기 긴 질환에 대한 시효 기산 해석(진단 확정일 기준)과 달리, 미국 캠프 르젠 소송은 법률이 시효 장벽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이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청구를 제출할 수 있게 된 핵심 이유입니다.
배상금 규모에 대하여 — 언론에서 언급되는 수치의 맥락
“얼마를 받을 수 있나”는 당연히 가장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 소송에 관한 구체적 합의 금액을 이 글에서 제시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캠프 르젠 소송은 개인별 소송이 수십만 건에 이르는 대규모 사안이고, 2026년 현재 상당수가 여전히 해군 JAG 행정 단계 또는 연방법원 소송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확정된 대규모 합의 구조는 공개된 범위 내에서 진행 중이며, 개인별 금액은 질환 종류, 노출 기간, 피해 정도, 사망 여부, 가족 피해 등 수십 가지 요소로 결정됩니다.
일부 언론에서 특정 금액 범위가 언급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를 개인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현재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배상 범위를 파악하려면 법무부 캠프 르젠 유닛 공식 홈페이지 또는 미국 측 변호사 상담을 통해 본인 사안에 맞게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청구 창구 종료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 시점에서 재외 한인 복무자·가족이 취해야 할 실질적 조치를 정리합니다.
즉시 확인
- 미국 해군 JAG 공식 캠프 르젠 청구 페이지(camplejeuneclaims.navy.mil)에서 현재 상태 직접 확인
- 진단명이 노출 관련 질환 목록에 해당하는지 의무기록 대조
- 복무 기록(DD-214, 배치 명령서) 보관 상태 확인 — 없다면 NARA(archives.gov)에 재발급 신청
전문가 연결
- 미국 변호사(캠프 르젠 전문 사례 경험자 확인 필수)
- 한국 세무사 또는 국제 조세 전문가(배상금 수령 전 한국 세무 처리 확인용)
- 한국 측 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 국내 산재·구제법 경로 병행 검토 시 초기 상담
미국 법무부 캠프 르젠 유닛 공식 안내는 justice.gov에서 “Camp Lejeune”으로 검색해 최신 절차 안내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캠프 르젠 오염 사안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가 미국 군 기지에서 복무하거나 거주했던 사람들이라 국내 법 체계에서 직접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군 기지에서 복무한 한국계 군인, 군속, 그 가족들이 이 오염수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기한이 지났다”는 말 하나로 포기하기 전에, 자신의 복무 시기와 장소를 확인하고 현재 절차 상태를 공식 경로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공식 창구는 무료이고, 초기 상담 단계의 미국 변호사 상담도 많은 경우 무료로 제공됩니다.
캠프 르젠에서 근무하거나 거주한 한국 국적 복무자·가족도 청구할 수 있나요?
캠프 르젠 정의법은 국적을 기준으로 자격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1953년 8월 1일~1987년 12월 31일 사이에 캠프 르젠 기지 내에서 누적 30일 이상 거주·근무·복무한 사실이 증명되면 군인·군무원·민간인·가족 모두 청구 자격이 원칙적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한국 거주자가 미국 연방법원 소송을 진행할 경우 미국 변호사 선임, 서류 영문 공증, 한미 조세조약상 배상금 세무 처리 등 추가 절차가 수반되므로 초기 상담 단계에서 이 부분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4년 8월 이후에 청구를 시작해도 늦지 않나요?
캠프 르젠 정의법이 명시한 2년 청구 창구(2022년 8월 10일~2024년 8월 10일)가 이미 종료됐습니다. 이 기한 이후 신규 청구가 가능한지는 법적 해석이 진행 중이므로, 지금 시점에서 청구를 검토하는 분은 미국 측 변호사를 통해 현재 접수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기한이 지났으니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 확인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캠프 르젠 소송과 한국 산재보험은 병행이 가능한가요?
이론적으로는 두 제도가 적용 근거·지급 주체·국가가 완전히 달라 중복 수령 금지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산재보험은 '국내 사업장 근로자' 요건이 핵심이라 미군 기지 파견·군복무 상황이 산재 적용 범위에 해당하는지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미국에서 배상금을 수령한 경우 한국 산재 손해배상 공제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두 경로를 동시에 추진할 때는 양국 전문가 조율이 필수입니다.





